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우간다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최근 우간다 여성 A씨가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하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3구단3391)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우간다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다 만난 남성 B씨와 2012년 결혼했다. A씨는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2014년 9월 직장으로 복귀하려고 할 때부터 B씨의 무자비한 폭력이 시작됐다.

2017년에는 A씨가 출근하려 한다는 이유로 지팡이나 전깃줄로 때리고 목을 졸랐다. 이로 인해 A씨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의 타박상을 입고, 의식을 잃기도 했다.

폭행이 4년째 지속되던 무렵인 2018년 7월 A씨는 우간다·한국 협력 사업 대표로 선발돼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자 B씨는 A씨 남동생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친정 가족도 폭행했다.

우간다에 남은 B씨는 그 뒤에도 이메일로 ‘너는 내 소유물이고 나는 네게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다’, ‘네가 살아서 우간다로 돌아온다면 나는 너를 죽이겠다’ 등 협박을 이어갔다.

A씨는 그해 12월 난민 신청했지만,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상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난민 인정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간다에서는 남편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문화적 규범이 존재하고 있고, 정부나 사법기관에 의해 처벌 등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에 대한 폭력은 남편 개인적 일탈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간다 역사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남성 중심적 문화와 여성 차별을 기반으로 계속된 구조적 문제”라면서 “이는 A씨의 행복추구권과 인간 존엄성 등 핵심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협으로 불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