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모와 머슴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였다. 식모는 남의 집에 숙식하면서 부엌일과 청소 등 가사 노동을 맡았던 어린 여성들이었고, 머슴은 농사일에 전담하면서 고용주의 집에서 숙식하는 남성 노동자들이었다.

극심한 가난으로 모두 먹고살기가 힘들어 먹여주고 재워주는 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하던 시절의 고육지책 일자리였다. 이들은 최하층 또는 최약자로 가사와 농사일에 종사하면서 사적 계약 형태로 고용이 이루어지다 보니 불공정 계약과 열악한 근로환경, 저임금에 내몰렸고, 심한 경우 성폭행 등 인권침해를 당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고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1980년대 이후 식모와 머슴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는데, 지금 새삼스럽게 그 시절의 식모와 머슴이 소환되는 이유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자는 논란 때문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 참석자들이 21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저출산과 초고령으로 인한 국가 인구 대위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모든 산업현장에 인력 부족이 가중되었고, 가사 근로와 간병인에 이르는 돌봄 인력도 예외 없이 인력 부족에 시달리게 되자 대안으로 나온 것이 외국인력의 도입이었다. 지방 제조업 등 산업현장에는 20년 전부터 국가 주도로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관리하는 고용허가제가 시행 중이고, 2015년부터는 지자체 주도로 농어촌 계절 근로자 제도가 시행되었다.

고용허가제는 시행 초기에 산업연수생제도의 병폐를 해소하는 측면에서 환영을 받았지만, 지금은 사업장 이동 제한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난을 받고 있고, 농어촌 계절 근로자도 도입 비리와 무단이탈 증가로 현대판 머슴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8월부터 서울시가 시범 실시한 필리핀 가사근로자는 한술 더 뜬다. 서울시와 고용부는 가사도우미, 가사근로자, 가사관리사로 명칭을 바꾸어 가면서 필리핀 가사근로자 100명을 도입했는데, 언론과 일반인들은 이들을 ‘필리핀 이모님’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감정도 복잡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명칭이 아니라 이들의 입국을 계기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배제하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여당 국회의원 중진들이 나섰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국제협약과 헌법 그리고 각종 법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에 차별을 두고 과거 머슴과 식모처럼 막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임금차별은 부메랑이 되어 국민 소외계층의 임금 차별과 임금 저하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제조업 기반의 국제무역으로 일어선 경제 기적과 한류로 대변되는 문화강국의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21세기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이민정책을 논의하기를 바란다.

글 : 김도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