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갈취 등 폐단 개선 위해
지난해부터 전담팀 운영
고용상담실 설치 적극 대응

푸라시와 양해각서 다시 체결
근로자 선발·송환 위탁 금지
올해 무단이탈자 한 명도 없어

거창군이 필리핀 푸라시와 체결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서를 구인모 거창군수가 들고 있다. 이 협약서에는 계절근로자 임금 브로커 갈취 및 무단이탈 방지를 위해 모집‧선정‧송출에 관한 절차 및 근로자 인권보호 준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남 거창군(군수 구인모)이 농촌 인력난 타개를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사업과정에서 ‘브로커’로 불리는 중개업자의 임금 갈취를 배제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 호평을 받고 있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농업 인력난 심화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사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브로커’로 불리는 중개업자가 교묘히 개입해 계절근로자들의 임금을 갈취하는 폐단이 지자체 사업에서조차 만연해 논란과 숙제로 대두됐다.

거창군에 따르면 거창군도 사업 초기 홍역을 겪었다. 필리핀 현지 한국인을 통해 지자체를 소개받아 2021년 10월 푸라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2022년부터 계절근로자를 유치했는데, 필리핀 현지 계절근로자 선발 과정에서 브로커들이 이중계약 체결로 임금을 갈취했다.

심지어 이 브로커들은 거창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지원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개모집을 거처 2022년 5월부터 11월까지 약 6개월간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까지 했다.

브로커들의 임금 갈취가 드러나자 거창군은 작년 1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전담팀으로 전략담당관 내 농촌일손담당을 신설하고, 외국인 계절근로자 보호를 위한 고용상담실을 설치해 필리핀 원어민 출신 이민자를 통역 및 상담을 위해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동향인에게 마음을 연 계절근로자들이 통장과 여권을 빼앗긴 사례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거창군에서는 통장을 재발급하는 등 임금을 지킬 수 있도록 조치했다.

거창군은 계절근로자들의 실질적 선발권한이 브로커에게 있는 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푸라시가 추천하는 계절근로자의 유치를 중단했다. 대신에 성실 근로자 농가 재추천과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 제도를 시행해 계절근로자 선발 권한을 농가로 이전시켰다.

거창행이 어려워진 푸라시 근로자들이 푸라시청을 찾아가 항의했고, 브로커에게 업무를 위탁하고 방관하던 푸라시는 사태를 파악한 후 거창군에 브로커 개입 전면배제를 약속했다.

거창군과 푸라시는 근로자 선출·송환에 있어 위탁금지를 골자로 양해각서를 다시 체결했고, 거창군은 푸라시 공공일자리팀(PESO)팀 공무원과 직접 근로자 송환업무를 추진하게 됐다.

거창군은 브로커 개입의 여지를 더욱 확실히 없애기 위해 항공료가 없는 근로자들의 항공료를 거창군 예산으로 선지원하고, 나중에 임금으로 다시 회수한다.

또한 푸라시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누구도 근로자 선발·송환과정에 금품을 요구할 수 없고, 통장과 여권은 반드시 근로자 본인이 보관하여야 함을 교육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근로자들을 연결해 부당한 대우와 인권침해에 대해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거창군의 계절근로자는 2022년 246명, 2023년 322명, 2024년 506명으로 증가했다. 무단이탈자 수는 2022년 입국자 18명, 2023년 입국자 6명, 2024년 입국자 0명으로 감소했다.

브로커가 없어지자 필리핀 푸라시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참여가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거창군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500여 명의 근로자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거창군과 푸라시의 브로커 갈취 극복 사례는 필리핀 이주노동부(DMW)에서도 주목하며 우수사례로 제도 개선에 반영됐고, 브로커 문제로 필리핀에 있던 KBS 취재진을 통해 더욱 알려지게 됐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사업 참여 국내 지자체의 거창군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기존 농가형 계절근로자 사업은 5개월 이상 장기고용만 가능하고 농가에서 숙소를 제공해야 돼 숙소가 없거나 단기인력만 필요한 소농이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는데, 거창군과 북부농협은 올해부터 1일 단위 단기고용이 가능한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도 추진했다. 신축 건물로는 전국 최초로 농업 근로자 기숙사가 10월에 준공되면 인원이 더욱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